MUSIC/클래식,가곡

6월이면 반도의 산하는「비목 」의 물결로 . . .

어르신1 2015. 6. 13. 18:19

 

 










비목(碑木)
한명희(韓明熙) 시 / 장일남(張一男) 곡
(1967)



비목 - 엄정행 (테너)


비목 - 김청자 (메조소프라노)


비목 - 수원시립합창단


6월이면 반도의 산하는 '비목'의 물결로 여울질 것이다. 그러나 우직한 촌놈기질에 휴가 나와 명동을 걸어보며 눈물짓던 그 턱없는 순수함을 모르는 영악한 이웃, 숱한 젊음의 희생 위에 호사를 누리면서 순전히 자기 탓으로 돌려대는 한심스런 이웃 양반, 이들의 입장에서는 비목을 부르지 말아다오.

시퍼런 비수는커녕 어이없는 우격다짐 말 한마디에도 소신마저 못 펴보는 무기력한 인텔리겐차, 말로만 정의, 양심, 법을 되뇌이는 가증스런 말팔이꾼들, 더더욱 그 같은 입장에서는 비목을 부르지 말아다오.

풀벌레 울어예는 외로운 골짜기의 이름없는 비목의 서러움을 모르는 사람, 고향 땅 파도소리가 서러워 차라리 산화한 낭군의 무덤가에 외로운 망부석이 된 백목련의 통한을 외면하는 사람, 짙푸른 6월의 산하에 비통이 흐르고 아직도 전장의 폐허 속에서 젊음을 불사른 한 많은 백골들이 긴 밤을 오열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사람들...

겉으로는 호국영령을 외쳐대면서도 속으로는 사리사욕에만 눈 먼 가련한 사람, 국립묘지의 묘비를 얼싸안고 통곡하는 혈육의 정을 모르는 비정한 사람, 숱한 전장의 고혼들이 지켜낸 착하디 착한 이웃들을 사복처럼 학대하는 모질디 모진 사람, 숱한 젊음의 희생 아닌 것이 없는 순연한 청춘들의 부토 위에 살면서도 아직껏 호국의 영령 앞에 민주요, 정의요, 평화의 깃발 한번 바쳐보지 못한 저주받을 못난 이웃들이여...

제발 그대만은 비목을 부르지 말아다오. 죽은 놈만 억울하다고 포연에 휩싸여간 젊은 영령들이 진노하기 전에...

- 작사가 한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