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공간/유익한 생활정보

[기호와 상징 / '성스러운 기호' 삼각형(▲)] 삼각형과 종교

어르신1 2014. 4. 7. 09:57

 

 





 기호와 상징

'성스러운 기호' 삼각형




문자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대체로 기원전 3000년경, 이라크 유프라테스강 하류지역 메소포타미아에서 고대문명을 이룬 수메르인에 의해 발명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시기에 도시 건설 등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졌고,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이것저것 기록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관리·성직자·상인을 제외하면 수메르인 대부분은 목자(牧者) 또는 농부였고, 이들도 가축 수를 기록할 필요성을 느꼈다.


△▼ 삼각형과 종교
기독교 삼위일체 · 불교 삼보 · 힌두교 삼신일체…



수메르인은 문자를 고안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상징물을 기호로 나타냈다.

예컨대 빈번하게 수를 세야 했던 양(羊)의 경우 처음에는 원 안에 십자를 그어 표현했는데, 이는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물’이라는 뜻이었다. 또한 ‘산’은 수평선 위에 둥근 반원으로 언덕처럼 그렸으며, ‘여성’은 역삼각형(▽) 안에 점을 찍은 기호로 나타냈다. 모두 일종의 상형문자였으니 여성의 경우 아랫도리를 간략화한 역삼각형 안에 성기를 상징하는 점을 찍은 것이었다.

수메르인은 이후 그림문자를 여러 개 겹침으로써 표의문자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산’을 나타내는 그림문자 옆에 ‘여성’을 상징하는 역삼각형 그림문자를 겹쳐놓으면 그것은 ‘산 너머 지역에서 데려온 여성 노예’를 뜻했다. 만약 산을 세 개 그리고 여성을 의미하는 역삼각형 그림문자 두 개를 그렸다면 산을 세 개나 넘은 먼 지역에서 데려온 여성 노예 두 명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각형과 역삼각형 기호는 이렇게 등장했다. 그리고 고대 중국에서는 상형문자를 만들면서 산(山)을 뾰족한 봉우리 세 개를 겹친 모양으로 표현했다. 이때 정면 산을 높게 하고 양쪽 산을 그보다 낮게 한 삼각형 모양으로 산이 주는 믿음직한 안정감을 나타냈다.

원시종교에서는 삼각형 기호에 더 많은 상징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정삼각형(△)은 산·불·남성을 나타내는 데 비해 역삼각형(▽)은 동굴·물·여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고대인은 정삼각형을 통해 솟음·상승·힘을, 역삼각형을 통해 들어감·내려감·입구를 떠올렸던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세 연금술사들은 불은 △으로, 물은 ▽으로 표기했다. 위로 솟은 모양의 정삼각형과 아래로 쏠린 모양의 역삼각형이 각기 치솟아오르는 불꽃과 흘러내리는 물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에서는 세 변으로 이뤄져 하나가 된 삼각형을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기호로 여겼다. 삼위일체는 성부·성자·성령의 본질이 하나님이라는 뜻이며, 힌두교의 삼신일체나 불교의 삼보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힌두교에서는 창조자 브라마, 유지자 비슈누, 파괴자 시바를 각기 다르면서도 결국은 동일한 신으로 여겼고, 불교에서는 부처와 부처의 가르침, 승려 이 셋을 떨어질 수 없는 하나로 보았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혹은 삼신일체는 다양성 중의 통일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고대인이 시각적 에너지의 흐름을 삼각형으로 표현했다면, 고대 그리스인은 삼각형을 균형과 조화를 상징하는 3의 상징기호로 보았다. 정삼각형은 팽팽한 둘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서로 조화를 이루는 안정적인 모양이기 때문이다.

또 종이에 삼각형을 그리면 하나의 평면이 나타나므로 삼각형은 평면을 나타내는 가장 단순한 기본도형이자 숫자 3을 형상화한 기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상하·좌우·전후의 세 방향으로 이루어진 3차원은 현실적 공간을 의미하며, 고대 이집트인은 삼각형을 건축에 반영하여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이런 역사를 거쳐 오늘날 삼각형은 안정감을 나타내는 기호로 종종 쓰인다. AIA생명보험의 경우 AIA 단어 위에 눈 덮인 산맥을 형상화한 트레이드마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고객에게 오래되었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함이다.

독일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초기에는 독수리를 심벌로 쓰다가 1999년 세 개 기둥으로 이뤄진 현재 모습으로 바꿨는데, 이는 독수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자 믿음직한 산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그룹이 삼각형을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고 있다. 그 형태는 황금색 삼각형 앞에 초록색 삼각형을 겹친 모양이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삼각형은 인류 건축을 대표하는 이집트 피라미드를 상징하고, 황금색과 초록색은 새싹이 자라 녹음이 되듯 영원히 번영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통사람들은 두 개의 삼각형을 통해 산을 떠올리며 안정감과 신뢰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삼각형은 기본적으로 산과 닮았기에 그렇다.

[글쓴이 : 박영수]
문화칼럼니스트, 테마역사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동,서양 문화풍속 및 인물의 다양한 모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왜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져올까>, <색채의 상징 색채의 의미>, <그 나라의 문화가 궁금하다>, <테마로 보는 동서문화풍속> 등이 있다.




Meet You In Heaven _ Arm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