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중에 4계절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는 비발디의 '사계(The Four Seasons)',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모음곡 '사계(The Seasons)',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The Seasons)', 그리고 글라주노프의 '사계(The Seasons)'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자주 연주되는 곡은 말할 것도 없이 비발디의 '사계'다. 비발디가 바이올린 협주곡 형식으로 계절의 변화를 그린 데 비해, 그라주노프의 '사계'는 발레곡인 만큼 계절의 상징을 의인화하여 춤으로 표현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곡들과 달리 4악장의 구성을 겨울-봄-여름-가을의 순서로 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계절적 특성이 겨울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후에 이 곡은 관현악 편곡으로 많이 연주되었다.
Alexander Glazunov (1860~1903, Russia)
글라주노프는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노련한 작곡가이자 지휘자, 음악교수로 어릴때부터 신동(神童)소리를 들을만큼 뛰어났다. 러시아 국민악파의 지도자로 일컫는 밀리 발라키레프와 림스키 코르사코프에게 사사한 그는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교수로 11년을 지내는 동안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를 가르치기도 했다. 16세때 제1교향곡을 작곡하여 발라키레프의 지휘로 초연하는 등 러시아의 자랑인 젊은 음악가로 명성을 날렸다. 주요 작품으로 8개의 교향곡, 교향시 '스텐카 라진', 2개의 현악4중주와 바이올린협주곡 A단조, 그리고 3개의 발레곡 등이 있다.
러시아적 정서의 발레음악 '사계'
첫번째 '겨울' 악장으로 시작되어 봄-여름-가을로 이어지는 '사계'는 1897년 그의 나이 37세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실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악장 '겨울'은 서곡에 이어 서리의 춤, 얼음의 춤, 싸락눈의 춤, 우박눈의 춤이 차례로 펼쳐진다. 마지막에 횃불을 든 소인들이 봄을 맞이하기 위해 겨울을 쫓는다. 2악장 '봄'은 서주가 있은 다음 장미의 춤과 새들의 춤이 이어진다. 3악장 '여름'은 저녁 노을의 경치를 묘사하는 음악으로 시작하고 또 꽃의 왈츠로 아름다운 들판을 나타낸다. 그런 다음 변주곡 뱃노래가 연주된다. 마지막 4악장 '가을'은 주신제(酒神祭)를 뜻하는 바카날리아(bacchanalia)의 춤으로 수확의 기쁨을 노래한다. 지구의 북단에 위치한 러시아의 자연적 특징이 긴 겨울철과 광활한 대지인데, 이 러시아의 겨울을 상징적으로 서두에 올려서 풍부하고 아름다운 화성으로 표현했다. 아래 관현악 악장별 연주를 감상하고, 발레공연의 한 장면을 보기로 한다.
4악장 Autumn의 Ballet (종결부분) / Childrens Theatre of Ballet,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