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클래식,가곡

누가 목련 나무에 꽃불을 켰나 / 시와 그림

어르신1 2012. 4. 20. 15:10

 





누가 목련 나무에 꽃불을 켰나 / 70*27cm 한지에 수묵담채
<공예와 문인화의 만남전 : 부산학생문화회관, 2009년 4월>



      누가 목련 나무에 꽃불을 켰나 _ 홍수희

      참 짓궂다
      간 밤, 목련 봉오리마다 일일이 불을 켜놓고
      날 새는 사이 숨어버린 이
      저 가녀리고 희디흰 가지마다
      두근대는 심장만 잔뜩 매달아 놓고
      한 번도 꿈쩍 안 하시는 이
      내가 봐도 그 애가 누굴 기다리는지
      훤히 알겠는데
      내가 봐도 촛불인지 등불인지 꽃불인지
      누가 먼저 불질렀는지
      훤히 알겠는데
      내가 봐도 밀고 댕기는 사랑놀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훤히 알겠는데
      참 짓궂다
      하루 종일 응달진 뒤란에 벌 세워 놓고
      그리움으로 휘청대다가 희디흰 눈물만 뚝뚝
      떨구게 하는 이
      참으로 짓궂다
      없는 용기 있는 용기 다 내어도
      나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아, 정말 모르는 듯이
      빙긋이 멀리서만 바라보는 이


      홍수희
      1995년 문예지 '한국시'에서 신인상 수상 등단. 제 2회 이육사문학상 수상
      시집 <달력 속의 노을>,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








    목련화(조영식 시, 김동진 곡) _ 엄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