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하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 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믈스믈 올라온...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믈흐믈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에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 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하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 여류시인 최가림의 詩 <바하의 비>
Bach's Minuet In G major _ (Orchestral) Eugene Ormandy, cond
비오는 날에는 바흐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담백하고도 힘찬데다, 시종일관 구김이 없는 그의 음악은 울적하거나 흐트러지는 우리의 마음을 묵묵히 지켜 줍니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바흐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독일)가 35세 되던 1720년에 맞이한 두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를 위해 미뉴엣 곡 "Concerto die liebe Minuet in G major, BWV114"를 지었습니다. 미뉴엣은 '작은것'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빠르고 경쾌한 궁정 무도곡을 말합니다. 새 아내 Anna Magdalena와의 사이에서 13명의 자녀가 태어나고, 막내 요한 크리스티안은 유명한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바흐는 젊고 사랑스러운 안나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2권으로 엮은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을 짓고 악보에 'Bach Notebook for Anna Magdalena'라고 적어 놓았답니다.
바흐의 미뉴엣 G장조를 팝송으로 번안한 'A Lover's Concerto(연인들의 협주곡)'가 한 때 국내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1965년 미국의 여성트리오 The Toys가 처음 불러 빌보드 2위에 올렸는데, 그 후 Sarah Vaughn 등 여러 가수가 불렀습니다. 1997년 한국영화 '접속'의 주제곡으로 삽입되어 더욱 널리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