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ten im Unterland, da ist's halt fein. Schlehen im Oberland, Kirschen im Unterland. Drunten im Unterland, mocht ich wohl sein. Kalt ist's im Oberland, unten ist's warm. Oben sand d'Leut reich, d'Herzen send gar net weich. Bsehnt mi net freundlich an, werdet net warm.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 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요
작곡가 프리드리히 질허(1789∼1860·사진)의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로렐라이’로 유명한 분이죠. 그는 독일인의 삶 속에 매우 친근합니다. 독일 전역에서 불려지는 민요들을 조사해 악보집으로 편찬했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으로 시작하는 ‘옹달샘’도 잘 아시죠? 이 노래도 질허가 1836년 처음 악보에 담았습니다. ‘누가 와서 먹나요’의 ‘솔시레파미레도’라는 친근한 멜로디는 처음 듣는 순간 쉽게 잊히지 않는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독일어 제목은 ‘저 아래 들판은(Drunten im Unterland)’입니다. “저 아래 들판(저지대)은 좋은 곳이야. 높은(고지대) 언덕에는 자두가, 아래 들판에는 포도가 자라지만 나는 들판이 좋다네.”
재미있는 일은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2악장의 주선율에도 ‘솔시레파미레도’ 음형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일곱 개나 되는 음표가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엔 공교롭습니다. 어느 선율이 먼저 나왔을까요? 미완성교향곡은 1822년 작곡되었으니 사람들이 이 선율의 일부를 따서 합창으로 부르다가 질허가 악보로 만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다지 간단치 않습니다. 미완성 교향곡은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1865년에야 발견되었거든요.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들이 부르는 합창을 듣고 슈베르트가 영감을 받은 것일까요?
질허의 악보가 나온 뒤 8년 만인 1844년, 독일 민요조사가인 루트비히 에르크는 “독일 전역에서 이 노래를 안다”고 언급했습니다. 독일 통일 이전인 당시에는 오스트리아도 독일의 일부로 취급되던 때였습니다. 당시의 통신 출판환경으로 볼 때, 1844년 독일 전역에서 아는 노래라면 20여 년 전인 미완성 교향곡 작곡 당시에도 슈베르트가 이 노래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슈베르트가 민요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아 이 선율을 교향곡에 넣은 것일까요? 슈베르트도 저세상으로 가고 200년 가까이 흐른 오늘, 결론을 내리기는 힘듭니다. 다만 추정과 상상을 해보는 재미가 있을 뿐입니다.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슈베르트 미완성교향곡에 동요 ‘옹달샘’ 선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