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ASnet 뉴스 > 칼럼 왕의 눈물, 대통령 눈물, 그리고 엄마의 눈물 “그 누구도 상대 눈물의 의미를 단순·왜곡·확대 평가하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4-05-22 오후 4:55:13
최근 중장년 층 특히 남성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사극 ‘정도전’은 주인공 정도전(조재윤 분)보다는 원·명교체기 급변하는 내외 정세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여말선초(麗末鮮初) ‘대업(大業)’을 향해 꼿꼿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이성계(유동근 분)의 눈빛이 시청자 필에 꼬치고 있다. ‘우왕’과 ‘창왕’의 애절한 눈물샘 자극도 드라마를 지켜보는 또 다른 묘미다.
사극이건, 멜로이건 장르에 관계없이, 또 강자의 우직함에 얼핏 스치는 눈물이건 약한 자의 눈물이건 간에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눈물은 말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에 있어 스스로가 그 상황에 동화된다는 점에서 감정이입과 더불어 상승유발 효과를 가져 오게 됨은 당연지사로 보인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前 대통령을 비롯해 정몽준, 안철수, 문재인 의원 등 정치인들이 흘린 ‘눈물’에 대한 평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 평(評)이야 늘 상반된 결과를 보이면서 그들의 ‘눈물’이 ‘계산된’ 것이냐, 아니면 ‘진정성’이냐 여부를 두고 가십거리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그 함의(含意)는 본인만이 알 수 있기에 섣불리 넘겨짚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5월19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全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얼마 후 대통령의 눈에서는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 들어 사망한 故 정차웅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故 최덕하군....”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얼굴은 상기되고 굳었다.
하지만 24분여 담화문 말미, 자신을 희생하면서 친구와 동료, 제자들을 구하고 전남 진도군 차디 찬 바닷물 맹골수도(孟骨水道) 해저에서 삶을 마감해야만 했던 ‘의인(義人)’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우리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 표현할 때는 감정이 복 바친 듯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모습은 비장하고 단호해 보였다.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어도 흔들림 없는, 분명한 어조를 통해 앞으로 국가수반으로서, 대통령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시련과 난관에도 굴함 없이 추진해 나가야할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과업들을 또박 또박 발표해 나갔다. 대통령의 눈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진도군을 찾았다. 세월호가 무너지고 가족들이 무너지고 국민의 가슴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이 침잠((沈潛))해버린 암울하고 참담한 상황에서 유족들을 위로한들 어찌 위로가 되리오만 대통령은 그렇게 유족들 앞에 섰다. 그리고 사과하고, 사과하고 또 “최종책임은 대통령”이라며 사죄의 머리를 조아리며 진한 눈물을 뿌렸다.
대통령을 포함해 국가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간혹 국민 앞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 때마다 평자(評者)들은 그 눈물의 의미를 놓고 가타부타 말들이 많다.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그 어떤 대통령이 흘렸던 눈물보다 더 뜨겁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뉘라서 그 눈물의 의미를 단순·왜곡·확대 평가하고 해석할 수 있겠는가?
어머니를 저격수 총탄으로 비명에 보내고 학생 신분에 ‘퍼스트레이디(first lady)’ 역할을 다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마저 흉탄에 쓰러지는 비운을 겪었다. 그 날 대통령의 눈물은 아직 채 피지 못한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 차가운 바닷물에 잠긴 채 그 부형들의 울부짖는 모습이, 그 자신이 당해야 했던 그 인고의(忍苦)시절과 오버랩 되면서 참을 수 없는 비분강개(悲憤慷慨)의 소리 없는 울음으로 승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슴을 미어터지게 하는 통증이었을 수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어찌 한 두번 울고 그치고 말 울음 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대통령의 울음에 시비를 거는 세력이 있다. 5․19 대국민담화가 발표된 그 날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박 대통령을 신랄하게 깎아내리는 논조의 글을 실었다. “눈물까지 쥐어짜면서 민심과 여론을 우롱했다”고 조롱하고 나섰다. 조평통 서기국은 소위 ‘여객선 세월호 참사 진상고발장’을 발표하면서 “박근혜와 그 패당이 ‘대국민담화’요 뭐요 눈물까지 쥐어짜면서 민심과 여론을 우롱하는 노죽(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을 부려도 반인륜적 대범죄의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도대체 어느 시대, 어디에서 나올법한 얘기인가? 아무리 냉혈집단에, 주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족속들이라 한다 해도 해서 될 때가 있고, 해선 안 될 경우가 있는 법인데,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진도에 가서 울지 않았음을 책망하고 대국민담화에선 눈물 흘림을 힐난했다. 이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에 처음 갔을 때 눈물이 나와야 정상”이라면서 “우리의 눈물샘이라는 건 자율신경이라 내가 울어야겠다고 해서 울 수도 있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마음 속에 슬픔이 차오르면 저절로 울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어떻게 진도체육관에 가서 안 울 수가 있나”라고 비판하고는 “기자회견장에서는 눈물이 나는데 진도체육관에서는 왜 (눈물이) 안 나나.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노 前 대통령에 대해서는 “진짜 교감할 줄 아는 수준 있는 인간”이라고 예의 존경심을 표출했다. 과연 최고의 복심을 읽었다는 추종자다운 발언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눈물은 자유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억지 눈물연기를 할 때도 있겠지만 흘려야 할 때 흐르는 눈물은 누구나 자유인 것이다. 19일 저녁 필자가 고향의 노모(老母)께 문안 인사를 드리자, 대뜸 하시는 말씀, “아들아, 너도 텔레비전 봤냐?” 하시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나도 눈물이 나더라. 한 가정에 가장도 가족을 위해서는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는데, 하물며 한나라 대통령으로 말도 많은 이 조선 땅에서 더구나 여자 몸으로 우리 노인들 같은 백성을 위해 일할 때 얼마나 어려운 일이 많겠느냐? 참 짠하더라”면서 “잘 될 것이다. 잘 될 것이야, 항상 몸조심해라” 하신다. 90 넘으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애쓰는 대통령을 위해 위로의 마음을 비추신 거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가 아닐까? 반대는 있게 마련이다. 담화내용이 성에 차지 않는다하여 비난을 가할 수도 있다. 마구잡이식으로 흔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할머니 고스톱 판에서도 지켜야 할 룰은 있는 법. 그 옛날 상놈의 세계에서도 금도(襟度)는 있었다. 청계광장과 서울역 광장에서, 독립문 앞에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박근혜 하야’를 부르짖는 시쳇말로 야바위 시위꾼들은 한 유족의 말을 새겨들었으면 싶다. “지금은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한마음 한뜻이 돼서 한사람도 유실 없이 총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그 아픈 심중을 말이다. 참사 희생자 어머니들의 눈물을, 우리 어머니 눈물을, 대통령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5․19담화의 조속하고도 냉철한 실천을 국민의 이름으로 지원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Konas)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 holeekv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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