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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설 _ 오탁번 [詩와 사진]

어르신1 2014. 2. 18. 21:42

 



 


폭 설

 

[아래는 올 2월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의 현장사진 입니다.]



박무모





[詩] 폭 설 _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 삽 들고 회관앞으로 모이쇼 잉!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 나 부렀소 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 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 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 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삐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 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 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이자 우리 동네 몽땅 좆 돼버렸쇼 잉!





박무모
























Tombe La Neige _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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