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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폿집에 가시거든……

어르신1 2013. 5. 18. 08:12

 






    대폿집에 가시거든…… 그 집은 항상 북적거린다. 적어도 내가 그 집에 갈 때만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당히 마음을 다쳐, 굳이 묻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막걸리를 사흘일당에 맞먹는 양주처럼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사람들이 힘은 없지만 비굴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스름 저녁 무렵이면 이곳에서 서로를 확인한다. 비라도 올라치면 만나는 시간이 조금은 빨라지기도 하지만, 그게 뭐 대순가? 이 세상에는 참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득시글득시글 거리지만, 이곳에 오는 이들은 주로 남을 존경하는데 익숙하다. 그래, 남을 존경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어찌 존경받을까? 주머니가 비거나 가벼워도 대포 값은 서로 내려고 호기를 부려보기도 하지만 눈 맑은 막내자식 생각에 슬며시 운동화 끈을 고쳐 매기도 하는 순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 막걸리 한 되가 양주 한 병 인양 취기가 오르면 어차피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는 이곳에서 이뤄진다. 아까울 게 무엇 있나 마구 마구 주물러 보자. 정치가 별것인가? 경제가 별것인가? 대통령 욕도 하고 재벌도 되었다가... 호주머니에 남은 돈 만큼 주전자도 바닥을 보일 때쯤이면 문득 가난한 아내와 새끼들 생각에 검은 비닐봉지에 1000원어치의 귤을 담는다. 사랑의 이름으로... 밤바람이 차갑지만 적당히 오른 취기가 세상을 만만하게 만들어 주고 내일은 어찌 살까 걱정도 하지만 더럽게 존경받고 싶은 사람들 마냥 죄는 짓지 말자고... 남에게 해코지는 말자고... 목청 높여 부르는 이 풍진 세상. 부디 대폿집에 가시거든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 찾아 대포 잔이라도 나눠 보시지요. 그곳이 어디냐고요? 바로 당신이 가는 그곳...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냐고요? 바로 당신이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옮긴글]





    Mascagni's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