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휴게실/게시판

어르신1 2013. 5. 14. 21:39

 








숲을 보았는가?

천년의 원시림이 하늘을 받치고 있는
그 웅장한 거목들의 몸짓을 보았는가?
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으면
서울 근교 광릉의 아름드리 잣나무밭쯤에
가 보아도 좋네.

그 나무들 곁에 가 고개를 들면
우리가 시정에서 서로 키를 겨루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노릇인가를 보게 되지.

그 나무들 곁에 가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주고받는 일상의 말들이
얼마나 시끄럽고 쓸모 없는 소리인가를 듣게 되지.

아니, 그 나무들 곁에 가 서게 되면
우리가 그 동안 걸었던 먼 길이
얼마나 고달프고 덧없는 짓이었던가를 알게 되지.

저 건장한 어깨와 어깨들을 서로 나란히 엮어
자라는 저 순금의 단란
그들이 지닌 유일한 언어……
저 긍정의 푸른 모음들
그리고 그들의 싹을 틔운 어머니 대지를
한 치도 배반하지 않는
저 충직과 인내.

숲을 보았는가?
몇 백년 묵은 아름드리 거목들이 서 있는
그런 숲에 가 보게
그 숲에 가서 한 둬 시간 머물다 보면
우리는 한 십년쯤 더 자라서
빈 가슴으로 돌아오게 되지.
(임보·시인, 1940-)



                        Summer Breeze - G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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