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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샾효과

어르신1 2012. 5. 31. 16:12
★어르신

깊은 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들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의 여울은......


★어르신

부드러운 직선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잇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


★빈하늘

그대 떠나고 난 뒤 눈발이 길어서 그 겨울 다 가도록 외로웠지만 그대가 곁에 있던 가을 햇볕 속에서도 나는 내내 외로웠다 그대가 그대 몫의 파도를 따라 파도 속 작은 물방울로 수평선 너머 사라져간 뒤에도 하늘 올려다보며 눈물 감추었지만 그대가 내 발목을 감으며 밀려오고 밀려가는 무렬이었을 때도 실은 돌아서서 몰래 아파하곤 했다 그대도 눈치채지 못하고 나도 어쩌지 못한 다만 내 외로움 내 외로움 때문에 나는 슬펐다 그대 떠나고 난 뒤 가을 겨울 봄 다 가도록 외로웠지만 그대 곁에 있던 날들도 내 속에서 나를 떠나지 않는 외로움으로 나는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