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호를 연결시키고, 세상을 소통 가능하고, 이동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저 자신을 이 세상의 가장 외지고 후미진 해안 고지나 섬에 위치시킨다. 가장 외로운 자리에 처한 자들이 이 세상의 소통과 이동의 거점이 되어 캄캄한 바다를 향해 빛을 쏘고 있다. 등대는 저마다의 고유한 신호를 쏘아대며 등대 자신의 위치를 선박에게 가르쳐준다. 항해사는 등대의 위치와 등대의 이름을 알아야 비로소 바다 위에 뜬 저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내 밖에 존재하는 타자의 위치와 그 타자의 이름을 알아야만 나는 나를 확인할 수가 있다. 항해사는 자기 존재의 좌표와 진로의 방향이 오직 선박 밖에 존재하는 타자와의 거리와 각도와 그 관계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안다. 그는 그 운명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대양을 건너가고 모항으로 돌아온다.
- 소설가 김 훈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 2004> 중에서 -
《ess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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